2024. 3. 12. 07:34ㆍ그림
● While asleep
2006년 21st 금호 영아티스트로 선정되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 이우림은,
숲과 인물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상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품에서 배경이 되는 공간인 숲은 편안함을 주는 안식처인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칠흑 같은 어둠과 닮아있는 숲속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조성해
숲을 두려움의 공간으로 이미지화시킨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또 다른 연작 물 시리즈도 숲처럼
작가의 의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소재이다. 물은 잔잔한 표면과는 다르게 그 안에 예상할 수 없는 공포와
근원적인 신비감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신비감과 긴장감
그리고 약간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비친다.
이처럼 현실과 상상이 모호하게 뒤섞인 공간을 통해 작가는 편안함과 휴식, 불안과 긴장감, 두려움과 권태,
고독과 같은 다양한 감정의 변주를 시도한다. 정교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진 그의 대상은
정밀한 묘사가 무색할 정도로 낯설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은 우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치밀한 구상과 의도에 의해 연출된 상황이다. 또 각각의 개체는 허구적이나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연출된 상황들은 동일한 인물의 배치와 동일한 소재의 등장으로
이면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의 의도된 연출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일한 소재에 의해 구체화된다.
이번 전시에는 숲, 물, 계단, 꽃무늬,달마시안 등이 등장하는데
이 같은 소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개가 된다.
인물의 패턴은 평면적이고 규칙적으로 표현되며 이는 단순한 대상의 재현을 넘어서
보는 이들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올려놓는다.
또한 개체의 반복되는 무늬를 표현함으로서 인물과 소재의 통일성을 꾀한다.
이우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무기력한 표정의 쓸쓸한 모습이거나 뒷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모호한 경계속에서 고립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며
이러한 인물의 묘사는 이우림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신비로움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새롭게 선보일 신작에서는 평면적인 기존의 작품 안에 옷에서 번져 나온듯한
꽃들을 자유롭게 배치시켜 옷의 패턴이라는 한계성을 뛰어넘어
공간을 확장시키고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과 경쾌함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의 시도 외의 색다른 실험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명화’ 라는 상징 속에 자신의 표정을 이입시킨 것으로 샤갈에 대한 오마주, 혹은 패러디,
혹은 초현실적 대상으로서의 구도와 색감 속에 자신의 터치와
세계관을 이입시킴으로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의 지평을 한층 확대시킨 것이다.
베이징 아트페어, 싱가폴 아트페어 등 각지에서 모인 아트피플들의 관심 속에
발전을 거듭해왔던 그의 몽환적인 작품세계가 이번 전시에서는
또 어떤 변화들로 관객들을 초현실의 세계로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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